최근 몇 년 사이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고온 현상이 자주 발생하면서, 여름철 작물 재배에 어려움을 겪는 농가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약용작물 재배 농가들은 더운 날씨에 민감한 작물 특성상 고사율(말라 죽는 비율)이 높아져 수확에 큰 타격을 입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농촌진흥청은 이러한 고온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저온성 멀칭 필름을 개발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저온성 필름이 왜 필요한지, 어떤 효과가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 쉽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1. 기존 멀칭 필름의 문제점
전통적으로 사용하던 흑색 멀칭 필름은 잡초 억제와 봄철 보온 효과가 뛰어나 많은 농가에서 널리 사용해왔습니다. 그러나 여름철에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햇볕을 흡수해 두둑(밭고랑 위)을 과도하게 데우는 바람에 작물의 뿌리 주변 온도가 60~70℃까지 치솟게 됩니다. 이런 고온 환경에서는 고온에 약한 참당귀, 작약, 백출, 일천궁 같은 약용작물들이 뿌리 손상으로 성장이 멈추거나 말라 죽는 현상이 심해집니다. 실제로 2018년 폭염 당시 전국 105개 약용작물 재배지 조사 결과, 일부 작물에서 **고사율이 최대 70%**까지 기록되기도 했습니다.
2. 저온성 멀칭 필름, 왜 특별한가?
농촌진흥청에서 새롭게 개발한 저온성 멀칭 필름은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여 여름철 작물의 생육 안정성을 높여줍니다. 이 필름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 겉면은 흰색, 속은 검은색: 흰색은 태양광 반사를 통해 열 흡수를 줄이고, 속의 검은색은 빛을 차단해 잡초 억제 효과를 유지합니다.
- 복합 재질 구성: 폴리에틸렌(PE)에 탄산칼슘, 이산화티타늄을 혼합하여 제작되어 열 차단 성능이 뛰어납니다.
- 통기성 우수: 일반 흑색 필름보다 공기 순환이 잘되어 밭의 과열을 막는 데 효과적입니다.
- 수분 증발 유도: 밭의 과도한 수분을 바깥으로 내보내 두둑의 온도 상승을 막습니다.
이처럼 단열, 통풍, 수분 조절의 세 가지 기능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저온성 필름은, 단순히 멀칭을 넘어서 노지 환경 조절 기술의 핵심 도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3. 실험으로 증명된 효과
실제로 충북 음성에서 진행된 비교 실험에서는 다음과 같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 일천궁 초장(줄기 길이): 저온성 필름을 사용한 경우 기존 필름 대비 32% 증가
- 고사율: 기존 필름은 62.7%, 저온성 필름은 14.8%
또한 여름철 한낮, 즉 가장 뜨거운 오후 2시경에 저온성 필름을 사용한 밭의 두둑 표면 온도가 기존 필름 대비 15~30℃, 토양 온도는 7~9℃ 더 낮았습니다. 이러한 수치는 단순히 작물의 생존을 넘어서 생육 개선, 수확량 증가, 상품성 향상에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4. 향후 적용 작물 및 활용 계획
저온성 멀칭 필름은 처음에는 약용작물 위주로 개발되었지만, 그 효과가 입증되면서 다양한 작물에 확대 적용될 예정입니다. 예를 들면,
- 고랭지배추: 여름에도 시원한 환경이 필요한 대표 채소
- 고추냉이: 고온 스트레스에 민감한 고소득 작물
- 잎비트: 건강식품 원료로 최근 수요가 높은 작물
또한 2024년부터는 ICT 기반의 물 관리 기술과 접목해 스마트 노지 재배 환경 조성 시범사업(저온성 필름 활용 스마트 환경 조절 기술)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온실에만 적용되던 환경 제어 기술이 점차 노지 농업에도 확대되어 보다 정밀한 영농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5. 저온성 필름, 농업의 미래를 바꿀 수 있을까?
기후변화는 단순한 이상기후를 넘어서 농업 생산성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고온, 폭염, 장마, 가뭄은 더 이상 일시적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도 반복적으로 마주할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저온성 멀칭 필름은 단순한 멀칭 재료를 넘어, 환경 적응형 농자재로서 그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이 필름이 보급되면, 고온 피해에 민감한 작물도 보다 안정적으로 재배할 수 있어 농가의 소득 향상은 물론, 국산 약초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마무리하며
농사는 기후와 싸우는 일입니다. 특히 최근처럼 예측 불가능한 날씨가 반복되는 시대에는 농업에도 새로운 기술이 필요합니다. 저온성 멀칭 필름은 그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아직 생소할 수 있지만, 농가 현장에서 사용해본 사례들이 하나둘 늘어나면서 그 효과와 필요성은 점점 더 널리 알려지고 있습니다. 정부와 관련 기관의 지원도 늘어날 것으로 보이니, 관심 있는 농가라면 현장 실증 사례와 적용 방안을 꼭 살펴보시길 바랍니다. 무더위에도 강한 작물, 고품질 국산 약초의 미래. 저온성 필름이 그 길을 열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