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인한 여름철 이상고온 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시설원예 작물의 안정적인 생산이 큰 도전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특히 파프리카처럼 생육에 적정 온도가 중요한 작물은 고온으로 인해 꽃 수정이 제대로 되지 않고, 열매가 기형이 되거나 썩는 문제가 자주 발생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뿌리 냉방 기술’**은 파프리카 여름재배의 게임체인저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파프리카, 왜 고온기에 재배가 어려울까?
파프리카는 밤 기온이 18도 이상 유지돼야 안정적으로 자라고, 고온에는 민감한 작물입니다. 여름철 평지 온실에서는 복사열로 인해 내부 온도가 35℃ 이상까지 오르기 쉽고, 이로 인해 다음과 같은 문제가 발생합니다.
- 꽃가루의 발아가 저조해 수정률이 낮아짐
- 기형과, 일소과, 배꼽썩음과 등 품질 저하
- 생육 부진 및 수량 감소
그래서 대부분의 농가는 겨울 작형(가을 정식 후 다음해 여름까지 수확)을 선택하고 있으며, 여름 수확은 고랭지에서만 제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고랭지 생산량으로는 8~10월 내수 및 수출 물량을 감당하기 어렵고, 일본 등 주요 수출국은 이 시기에 네덜란드나 뉴질랜드산을 대체 수입하고 있습니다.
여름에도 고품질 파프리카를! – ‘뿌리 냉방’ 기술이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촌진흥청은 파프리카의 생육에서 가장 중요한 ‘뿌리 환경’에 집중한 냉방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뿌리 냉방 기술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이 방식은 온실 전체를 냉방하는 것보다 설비비와 에너지 비용을 크게 절감하면서도, 작물 생육에 필요한 국소 부위에 집중 냉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 배지 안에 냉수관을 설치하여,
- 20~21℃의 찬물을 히트펌프로 만들어 24시간 순환 공급,
- 배지(펄라이트) 내부 온도를 19~23℃ 범위로 유지합니다.
실험 결과: 수량과 품질 모두 향상
농촌진흥청은 다양한 품종(나가노, 올라운더, 나란지, 라온레드)을 대상으로 뿌리 냉방 실험을 진행한 결과, 놀라운 효과를 확인했습니다. 특히 고온기인 7~8월에도 평균 20.7℃의 뿌리 온도를 유지해, 열과(열매 터짐)나 품질 저하 없이 안정적으로 수확이 가능했습니다. 또한 시장성 평가 결과에서도, 이 기술로 생산된 파프리카는 고랭지산과 품질이 대등하거나 더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 상품 수량 증가: 평균 16.1%
- 주당 과중 증가: 평균 15.1%
- 주당 과실 수 증가: 16.4%
- 과일 길이(과장): 평균 3.9% 증가
- 과일 경도: 평균 5.7% 증가
에너지 비용 절감, 시설 농가의 큰 이점
기존 냉난방기나 팬&패드 방식은 시설 전체를 제어해야 하므로, 전기 및 유류 사용량이 많아 **농가 경영비의 30~50%**를 차지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반면, 뿌리 냉방은 국소부위에만 에너지를 사용하기 때문에 비용 절감 효과가 큽니다. 또한, 포그(안개 냉방)와 환기를 병행하면 내부 온도 조절에도 큰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즉, 뿌리 냉방은 경제성과 효율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기술입니다.
뿌리 냉방 기술의 확장 가능성
이 기술은 앞으로 파프리카뿐만 아니라, 고온에 민감한 고추, 토마토, 고랭지 채소 등 다양한 작물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ICT 기반 물 관리 기술과 연계하면, 보다 정밀한 스마트 농업 시스템 구축도 가능합니다. 농촌진흥청은 2024년부터 이 기술을 스마트 노지환경조절 시범사업에 적용할 예정이며, 저온성 멀칭 필름 등 다른 기술과의 융합도 추진 중입니다.
파프리카의 영양 성분, 왜 주목받는가?
파프리카는 ‘비타민 캡슐’이라 불릴 만큼 영양이 뛰어납니다. 또한 베타카로틴은 피부 건강과 시력에 도움을 주며, 엽산, 식이섬유, 칼륨도 고르게 포함돼 있습니다.
색상 | 비타민C(mg/100g) | 베타카로틴(mg) | 엽산(μg) | 칼륨(mg) |
초록 | 162 | 185 | - | 255 |
주황 | 116 | 271 | 35 | 269 |
노란 | 111 | 147 | 36 | 209 |
빨강 | 92 | 338 | 45 | 234 |
- 초록 파프리카 100g에 포함된 비타민C는 레몬의 3.1배, 오렌지의 3.8배
- 하루 권장량 100mg 기준, 파프리카 반 개면 충분
파프리카 잎, 그냥 버리기엔 아깝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파프리카 잎도 건강 기능이 우수합니다. 혈당 상승을 억제하는 AGI(α-glucosidase 억제제) 성분이 함유돼 있어, 당뇨병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고춧잎처럼 나물, 튀김, 볶음 등으로 섭취가 가능합니다.
신선도 유지 포인트: 포장은 PET, 저장은 10℃
- 가장 좋은 저장 온도: 10℃
- 가장 효과적인 포장: 플라스틱 소재의 PET 용기
- 일반 비닐 랩이나 유공 필름보다 신선도 2배 이상 유지
- 20℃에서 무포장 시 7일 유지 → PET 포장 시 14일 유지 가능
결론
파프리카는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높은 작물이지만, 여름철 생산량 부족은 수출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농촌진흥청의 뿌리 냉방 기술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혁신적인 방법으로, 고온기에도 고품질의 파프리카를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게 해줍니다. 국내 농가가 이 기술을 잘 활용한다면, 수출 확대, 내수 안정화, 에너지 절감이라는 세 가지 효과를 동시에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 뿌리 냉방 기술은 파프리카를 넘어서, 대한민국 시설원예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