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직접 만든 유기농 비료로 얻은 첫 성공 경험

by 519kiki 2025. 5. 15.

오늘은 작물에 비료를 주다가 문득 지난해 가을을 떠올렸다. 내가 직접 만든 유기농 비료로 첫 수확을 했던 그날, 그리고 그 뒤에 이어진 작은 성공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농사를 처음 시작했을 때 나는 대부분 시판 유기질 비료를 사용했다. 비교적 안정적이고, 사용도 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내가 먹을 작물에 들어가는 건 내가 책임지고 만들 수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농약은 지켜냈지만, 비료는 늘 외부에 의존했다. 흙과 작물을 정말 ‘내 손’으로 길러내고 싶다는 욕심이 그때부터 조금씩 자라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유기농 비료 만들기에 도전했다.

논에-비료주는-남자-사진

 

시작은 단순했다. 집 근처에서 나오는 채소 껍질, 커피 찌꺼기, 쌀뜨물, 콩비지, 깻묵 등 자연에서 얻은 부산물들을 모아 퇴비장을 만들었다. 처음에는 냄새도 심했고, 비가 오면 물이 차고, 퇴비가 제대로 숙성되지 않아 며칠 밤을 잠 못 이루기도 했다. 온도계로 내부 발효 온도를 수시로 체크했고, 뒤집는 시점을 놓쳐 발효가 엉망이 된 적도 있었다. 실패를 거듭할수록 욕심이 들고, 욕심이 들수록 더 꼼꼼해졌다. 농사는 흙에서 시작되지만, 땅속에서 일어나는 보이지 않는 변화야말로 가장 중요하다는 걸 나는 퇴비를 만들며 다시 배웠다. 몇 달의 시간 끝에, 처음으로 완숙 퇴비가 만들어졌을 때의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흙처럼 고운 입자, 손으로 쥐면 부드럽게 부서지는 감촉, 거기서 풍기는 따뜻하고 진한 발효 냄새는 단순한 ‘퇴비’가 아니었다. 그것은 나의 시간, 정성, 반복된 실패가 응축된 결과였다. 나는 그 완숙 퇴비를 유기농 비료로 전환하기 위해 생선 아미노산, 유산균, 당밀 등을 혼합하여 액비로 만들었다. pH도 조절하고, 발효 시간도 엄수했다. 이젠 그저 ‘비료를 사는 사람’이 아니라, ‘비료를 만드는 사람’이 되었다는 뿌듯함이 그 시기에 나를 다시 농부로 만들어줬다. 그리고 드디어 그 비료를 내 작물에 적용하던 날. 상추, 청경채, 바질, 루꼴라에 각각 희석해 뿌려주고, 토양에도 골고루 섞어줬다. 솔직히 말해 그때까지도 의심이 없진 않았다. ‘정말 이게 잘될까?’ 그러나 결과는 내 기대를 훨씬 뛰어넘었다. 2주 후부터 작물의 잎이 달라졌다. 색이 더 진해지고, 탄력이 생기고, 향이 강해졌다. 가장 극적인 변화는 바질에서 나타났다. 이전보다 향이 두 배는 짙어졌고, 잎의 밀도도 좋아졌다. 직접 먹어본 고객이 “이번 바질은 향이 정말 살아있네요”라고 말했을 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웃기만 했다. 그것은 내 비료의 힘이자, 내 손의 결과였기 때문이다.

 

가장 감동적이었던 순간은 수확 후 작물을 다시 토양에 환원시키는 순간이었다. 내가 만든 비료로 자란 작물을 수확하고, 그 잔사로 다시 퇴비를 만들 수 있다는 순환의 감각. 이건 단순한 농사 그 이상이었다. 나는 지금 ‘살아 있는 순환’ 속에 있다는 걸 온몸으로 실감했다. 농사는 끊임없이 내어주고 다시 받는 일의 반복이다. 흙에게 준 걸 흙이 돌려주고, 내가 키운 걸 누군가 먹고, 그 소비가 다시 내 농사를 지탱해주는 구조. 그 안에 내 비료가 들어간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나는 더 단단해졌다. 이 경험은 내 농사 철학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이후 나는 시판 비료를 거의 쓰지 않는다. 작물을 키운다는 것은 단지 크고 맛있는 결과물을 얻는 일이 아니라, 흙과의 관계를 새롭게 맺는 일이다. 농부의 손으로 만든 비료는 그 작물에게 ‘내가 널 얼마나 생각했는지’를 말해주는 방식이 된다. 그건 수치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고, 작물도 그 감정을 받아들이는 것처럼 자란다. 누구는 농사를 기술이라 하지만, 나는 이제 농사를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얼마나 이 땅을 사랑하고, 이 작물을 소중히 여기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오늘도 나는 새 비료를 만들기 위해 퇴비 더미를 뒤집었다.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고, 안쪽의 온도는 60도를 넘어갔다. 발효가 잘 되고 있다는 뜻이다. 손끝으로 그 따뜻한 흙을 만지며 나는 생각했다. ‘이건 생명의 온기다.’ 내가 만든 비료, 내가 길러낸 작물, 그리고 그걸 먹는 사람의 미소까지. 이 모든 순환 속에서 나는 여전히 배우고 있다. 농사는 끝이 없는 공부이자, 매일의 철학이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땅에게 배운다. 내 손으로 만든 비료가 작물에게 말을 걸고, 작물이 다시 나에게 대답하는 그 느린 대화 속에서, 나는 진짜 농부가 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