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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0년대에는 우리나라의 주요 과일 재배 지형도

by 519kiki 2025. 4. 21.

앞으로 50년 후, 즉 2070년대에는 우리나라의 주요 과일 재배 지형도가 지금과는 크게 달라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는 단순한 예측이 아니라, 기후 변화에 따른 과수작물의 생육환경이 급변하고 있다는 과학적 분석에 기초한 결과입니다. 농촌진흥청은 최신 기후변화 시나리오인 SSP(Shared Socioeconomic Pathways)를 바탕으로, 2090년까지의 과일 작물별 재배지 변화를 10년 단위로 예측한 ‘재배지 변동 지도’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기후 변화로 인해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재배 적지', 즉 고품질 과일 생산이 가능한 지역의 급감입니다. 과일은 단순한 온도 조건만으로 생육이 결정되지 않으며, 착색, 당도, 내병성 등 고품질 생산을 위한 다양한 기후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예컨대, 사과는 7℃ 이하의 저온을 일정 시간 이상 경험해야 개화가 안정되며, 여름철 고온은 과일의 착색 불량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반면, 감귤과 같은 아열대 작물은 겨울철 최저기온이 높아야 동해 피해 없이 생육이 가능합니다.

 

이러한 작물별 생육 조건을 바탕으로, 농촌진흥청은 SSP5-8.5 시나리오를 적용하여 작물별 재배 가능지 및 적지를 도출하고 지도화했습니다. SSP5-8.5는 화석연료 사용 증가와 도시 중심의 개발이 이어질 경우의 극단적인 기후변화 시나리오로,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부분의 지역은 현행 재배작물에 적합하지 않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대표적인 예로 사과를 보면, 2020년 기준 약 3만 1천ha에서 재배되고 있으나, 2090년대에는 고품질 사과 재배 적지가 거의 사라질 것으로 예측됩니다. 사과는 서늘한 기후를 선호하는 호냉성 작물로, 기온 상승 시 생육 장애와 품질 저하가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이에 따라 고온에서도 착색이 가능한 ‘아리수’, ‘황옥’, ‘그린볼’ 등의 신품종 육성과 함께 고온 대응형 재배 기술 개발이 절실합니다.

 

배는 2020년 기준 9천ha에서 재배되고 있으며, 초반에는 재배 가능지가 증가하나, 2050년 이후 급격히 감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지산 배는 외관 품질이 우수해 수출 가능성이 크지만, 고온에서는 당도 저하와 병해충 발생 증가로 품질이 악화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원교나-기후1호’, ‘슈퍼골드’ 등의 고온 적응성 품종 도입과 병해충 대응 기술 개발이 필요합니다.

 

복숭아는 재배 가능지가 2030년대까지 소폭 증가하다가, 이후 급격히 축소되어 2090년에는 국토의 5.2%만이 재배 가능지로 남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는 복숭아가 저온 요구도가 높고 개화 시기와 생육기간이 기온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입니다. 고품질 복숭아 생산을 위해서는 재배지를 기후에 맞춰 이동시키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포도는 최근 샤인머스켓을 중심으로 재배 방식과 품종이 전환되고 있으며, 2050년까지는 재배 가능지가 유지되지만, 이후 품질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성숙기 고온은 착색 불량을 초래해 상품성을 떨어뜨립니다. 따라서 ‘흑보석’, ‘청수’와 같은 고온 적응 품종 도입과 함께, 수확기 조절 기술이 함께 개발되어야 합니다.

 

반면, 감귤과 단감은 기후 변화에 따른 수혜 작물로 분류됩니다. 단감은 현재보다 재배 가능지가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측되며, 남부 해안 지역뿐 아니라 중부 내륙 대부분에서도 재배가 가능해질 전망입니다. 감귤 역시 강원도 해안 지역까지 재배 가능성이 확대되어, 국내 감귤 생산량 증대는 물론 수출 증가도 기대됩니다. 다만, 재배 면적 확산에 따라 수급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정책적 대응이 중요합니다.

 

이처럼 작물별 재배지 변화는 단순한 생산지의 이동만이 아니라, 품질 유지와 시장 대응, 수출 전략, 농가 경영 전반에 걸친 변화를 요구합니다. 재배 가능지 확대 작물의 경우 소비 촉진과 가공품 개발, 해외 판로 개척 등이 동반되어야 하며, 반대로 재배 적지가 축소되는 작물의 경우 신품종 개발 및 재배 시스템 개선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이는 기후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과학 기반의 미래농업 전략'을 위한 필수적인 과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