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힘들었던 수확기, 그 속에서 배운 단단함
오늘은 상추 마지막 수확을 마쳤다. 한 고랑 한 고랑을 돌아가며, 손끝으로 잎을 만지고, 수확이 끝난 뿌리를 뽑아내는 순간, 문득 2년 전 여름이 떠올랐다. 내게 농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고되고 힘들었던 수확기. 그해 여름은 평년보다 더웠고, 비는 적었으며, 사람 손은 턱없이 부족했다. 태풍은 남쪽에서 연거푸 올라왔고, 땅은 갈라지고, 하우스는 지쳤고, 나 역시 육체도 마음도 이미 바닥이었다. 하지만 작물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제때 수확하지 않으면 상품성이 떨어지고, 잎이 질어지고, 오히려 병에 걸리기 십상이었다. 그래서 그해 여름, 나는 정말 한계를 넘어섰다. 매일 새벽 4시에 눈을 뜨고, 밤 10시가 넘어 비닐하우스 불을 끌 때까지 손에서 칼과 바구니가 떨어지지 않았다. 가장 힘들었던 건 단순한 노동..
2025. 5.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