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27 ‘비가 오면 농부는 쉰다’는 말의 진실과 오해 오늘은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아침부터 촉촉하게 뿌리기 시작하던 빗방울은 어느새 장대를 이루더니, 정오가 넘도록 멈추지 않았다. 하우스 안으로 들어가는 길목은 진흙탕이 되었고, 발목까지 빠지는 흙탕물에 고무장화를 신었음에도 바지가 젖었다. 작물은 고요했다. 물방울이 잎을 타고 흘러내리고, 하우스 비닐 위로 쿵쿵 떨어지는 빗소리가 농장 전체를 덮었다. 그 순간 문득 떠올랐다. “비 오는 날은 농부도 쉰다”는 말. 어릴 적 도시에서 살던 나는 그렇게 들었고, 정말 그렇게 믿었다. 농부는 비 오는 날 밭에 안 나간다고, 비가 오면 의자에 앉아 막걸리 한잔 하며 쉬는 거라고. 그런데 지금 이렇게 빗속을 헤치고 하우스를 돌고 있는 나를 보면, 그 말은 얼마나 순진한 오해였는지 새삼 느껴진다. 농사를 시작하고 가.. 2025. 5. 25. 2025년 기준, 친환경 유기농 농사 짓는 방법 – 자연을 살리는 농업의 첫걸음 최근 농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키워드는 단연 ‘지속가능성’과 ‘친환경’입니다. 기후 변화, 토양 오염, 미세먼지 등 환경 문제로 인해 농업 방식도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유기농업은 화학 비료나 농약 없이 자연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법으로, 그 가치와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기농 농사는 단순히 ‘농약을 안 쓰는 것’만으로는 되지 않습니다. 토양, 물, 작물, 생태계 전체를 관리하는 체계적인 시스템이 필요하죠. 이번 글에서는 2025년 기준으로 가장 효과적인 유기농 농사 방법과 함께, 실천 팁과 정부 인증 절차까지 자세히 소개해드리겠습니다.유기농 농업, 왜 해야 할까?유기농 농업은 다음과 같은 장점을 갖고 있어 꾸준히 확대되고 있습니다.. 2025. 5. 24. 첫 농기계 구입기 - 결정부터 후회까지의 감정 곡선 오늘도 밭 한쪽에서 트랙터 시동을 걸었다. 이젠 손에 익어서 조작이 자연스럽고, 소리만 들어도 상태를 알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이 농기계를 처음 샀던 순간을 떠올리면 지금도 심장이 살짝 뛴다. 그건 단순한 구매가 아니었다. 농부로서의 첫 투자였고, 동시에 내 선택을 스스로 증명해야 했던 아주 무거운 결심이었다. 처음 농사를 시작했을 때는 손으로 할 수 있는 건 다 손으로 했다. 삽을 들고, 쟁기를 밀고, 손으로 고랑을 타며 땅을 다졌다. 체력 하나 믿고 어떻게든 버텼다. 하지만 면적이 조금씩 넓어지고, 작물의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한계가 분명해졌다. 하루가 멀다 하고 허리가 아프고, 밤마다 팔이 저려 잠을 설쳤다. 그때 처음으로 ‘농기계가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생각은 내 농사의 패.. 2025. 5. 24. 농사와 건강 - 내 몸이 바뀌는 것을 체감한 순간들 오늘 아침, 거울을 보며 문득 생각했다. ‘참 많이 변했다.’ 얼굴에 햇볕에 탄 자국이 선명하고, 손은 거칠고 단단해졌고, 다리 근육은 매일 밭을 오가는 사이 자연스럽게 두꺼워졌다. 농사를 짓기 전엔 책상 앞에 앉아 하루 대부분을 보내던 사람이었다. 마우스를 쥔 오른손만 유난히 발달했고, 허리는 늘 굽어 있었으며, 어깨는 항상 뻐근했다. 운동도 한다고는 했지만 헬스장 런닝머신과 실내 자전거가 고작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침마다 허리를 펴고, 한 손에 삽을 쥐고, 하루 종일 땀 흘리며 땅을 걷는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내 몸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언어로 반응하기 시작했다. ‘살이 빠졌다’가 아니라, ‘살아진다’는 느낌. 내 몸이 제 기능을 되찾고, 일하는 방식에 맞게 스스로를 조정하고 있다는 것을.. 2025. 5. 23. 친환경 농사 속 미생물과의 공생(눈에 보이지 않는 파트너) 오늘은 토양 속 미생물 활성도를 측정하는 날이었다. 며칠 전부터 바실러스균과 유산균, 광합성 세균을 혼합한 미생물제를 밭에 뿌리기 시작했고, 흙 상태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예전에는 토양을 그저 식물이 뿌리를 내리는 '그릇'쯤으로만 여겼다. 물을 머금고, 양분을 공급하며, 뿌리를 지지해주는 물리적인 공간. 하지만 친환경 농사를 시작하고 나서부터는 전혀 다른 시선으로 흙을 바라보게 되었다. 토양은 하나의 '생명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미생물이 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하루에도 수백억 마리씩 살아 움직이는 그 미세한 존재들이야말로 내 농사의 진짜 파트너라는 사실을 나는 이제 믿는다. 처음엔 솔직히 의심도 있었다. 미생물제를 뿌리면 뭐가 얼마나 달라질까? 가격도 만만치 않고, 효과가 눈에.. 2025. 5. 23. 잡초와의 싸움에서 배운 ‘포기와 수용의 기술’ 오늘도 잡초를 뽑았다. 해가 중천에 뜨기 전 이른 아침, 물기 머금은 흙을 맨손으로 헤집고 앉아 한 포기씩 조심스럽게 뽑았다. 아직 이슬이 남아 손끝이 축축했지만, 이 시간대가 가장 잡초가 잘 뽑히는 때다. 줄기를 당기면 뽑히기도 하지만, 뿌리를 남기고 끊기기 일쑤라 더 집중해야 한다. 몇 해째 농사를 짓고 있지만 잡초와의 싸움은 끝나지 않는다. 오히려 해가 거듭될수록 그들의 생명력에 감탄하게 된다. 그 어떤 작물보다 빠르게, 강하게, 거침없이 자란다. 농부 입장에서 보면 철저히 ‘적’이지만, 어쩐지 어느 순간부터는 존경심까지 느껴질 정도다. 그리고 나는 그들과의 싸움 속에서 오히려 내 삶을 배우고 있다. 모든 걸 통제하려 들던 내 태도가 점차 바뀌었고, 지금은 때때로 포기하고, 때때로 수용하면서 그 균.. 2025. 5. 22. 이전 1 2 3 4 5 6 ··· 2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