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농장에서 마주친 ‘예상치 못한 생명들’ — 들꽃, 곤충, 새 이야기
오늘 아침도 평소처럼 농장을 돌다가 발걸음을 멈췄다. 이유는 단순했다. 눈앞에 예쁘장한 들꽃 한 송이가 피어 있었기 때문이다. 상추 고랑 사이, 아무도 심지 않은 그 자리에 홀로 피어난 작은 노란꽃. 그 존재가 어찌나 반가운지, 나는 한참을 쪼그려 앉아 그 꽃을 바라봤다. 이름도 모른다. 다만 매일 농장을 돌며 수백 번 지나쳤던 땅 위에, 어느 날 갑자기 생명이 피어나 있다는 사실이 이상하게 뭉클했다. 나는 분명 농사를 짓는 사람이고, 씨를 뿌리고, 물을 주고, 수확을 하지만, 이렇게 아무도 의도하지 않은 생명이 스스로 자라나 내 앞에 나타날 때면, 나보다 훨씬 더 오랜 자연의 시간이 이곳에서 흐르고 있다는 걸 느낀다. 그 순간 나는 농부이기 이전에, 자연 속의 조용한 손님이 된다. 사실 처음 농사를 시..
2025. 5. 22.
농장에서 마주한 외로움, 그리고 스스로를 위로하는 방법
오늘도 혼자였다. 작물과 함께 하루를 보냈고, 하우스 안을 몇 바퀴나 돌았으며, 가만히 잎을 매만지다가 멍하니 앉아 한참을 있었다. 농사를 시작하고 나서 외로움은 언제나 곁에 있었다. 도시에서는 번잡함이 싫었고, 사람 사이의 피곤함에 지쳤다. 그래서 조용한 시골, 자연 속 삶을 꿈꾸며 이 길을 택했다. 하지만 막상 이곳에 자리를 잡고, 작물을 돌보며 사는 삶을 지속하다 보니, 내가 마주해야 할 가장 큰 상대는 '자연'이 아니라, 어쩌면 '나 자신'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특히 일이 끝난 저녁, 아무 소리 없는 집에 들어왔을 때, 불을 켜도 따뜻하지 않은 공간에서 느껴지는 그 적막감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다. 혼자 있다는 건, 정말 아무도 나를 모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매일 마주하는 일이기도 했다. 작물은..
2025. 5.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