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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농장에서 자란 채소로 식탁을 차리던 날 오늘은 조금 특별한 날이었다. 일상처럼 시작한 하루였지만, 아침부터 마음 한켠이 잔잔하게 들떴다. 이유는 단순했다. 오늘 저녁 식탁에 올릴 재료를 전부 내가 직접 키운 작물로만 준비하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사실 평소에도 농장에서 나온 채소를 먹긴 한다. 틈날 때마다 상추 한 줌, 루꼴라 몇 장, 방울토마토 한 알씩 따 먹곤 했지만, ‘오늘 식탁은 처음부터 끝까지 내 농장에서 자란 것들로만 채워보자’는 결심은 또 달랐다. 농사를 짓는 동안 수없이 많은 사람에게 작물을 팔았고, 누군가의 식탁에 내 채소가 오르는 장면을 상상해왔지만, 정작 내 가족을 위한 온전한 한 끼를 준비해본 기억은 많지 않다. 그래서 오늘은 꼭 그렇게 해보고 싶었다. 하나하나 정성을 담아, 땅에서 바로 건져낸 음식으로 식탁을 꾸며보기.. 2025. 5. 16.
직접 만든 유기농 비료로 얻은 첫 성공 경험 오늘은 작물에 비료를 주다가 문득 지난해 가을을 떠올렸다. 내가 직접 만든 유기농 비료로 첫 수확을 했던 그날, 그리고 그 뒤에 이어진 작은 성공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농사를 처음 시작했을 때 나는 대부분 시판 유기질 비료를 사용했다. 비교적 안정적이고, 사용도 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내가 먹을 작물에 들어가는 건 내가 책임지고 만들 수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농약은 지켜냈지만, 비료는 늘 외부에 의존했다. 흙과 작물을 정말 ‘내 손’으로 길러내고 싶다는 욕심이 그때부터 조금씩 자라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유기농 비료 만들기에 도전했다. 시작은 단순했다. 집 근처에서 나오는 채소 껍질, 커피 찌꺼기, 쌀뜨물, 콩비지, 깻묵 등 자연에서 얻은 부산물들을 모아 퇴비장을 만들.. 2025. 5. 15.
2025 귀농 지원 정책 총정리 – 돈과 정보, 준비된 자만이 받는다 귀농을 결심한 사람이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질문이 있습니다. “정부에서 얼마까지 도와주지?” “보조금은 어떻게 받는 거지?” 결론부터 말하면, 2025년 기준으로 귀농인은 최대 3억 원까지 저리 융자, 청년농은 월 110만 원씩 3년간 지원, 주택 구입비, 창업 자금, 교육비, 시설 보조까지 폭넓게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제도가 많다’가 아니라, ‘어떻게 정확히 알고, 잘 신청하느냐’입니다. 이 글에서는 2025년 현재 시행 중인 국가 귀농 정책 + 지방자치단체별 주요 제도 + 신청 요령을 전부 정리해드립니다.1. 귀농 창업자금 & 주택자금 (농림축산식품부 핵심 정책)구분귀농 창업자금귀농 주택자금한도최대 3억 원최대 7,500만 원금리연 1% 고정연 1% 고정상환5년 거치, 10년 .. 2025. 5. 15.
한여름 폭염 속 작물과 함께 견뎌낸 7월 이야기 올해 7월은 정말 유난히 더웠다. 해마다 더워진다고 하지만, 올해는 단순한 더위가 아니었다. 기온은 36도까지 치솟았고, 하우스 안 체감 온도는 45도에 가까웠다. 농장 안에 들어서는 순간, 숨을 들이마시는 것도 고통스러웠고, 피부는 쩍쩍 갈라졌다. 처음엔 이 정도쯤이야 버틸 수 있겠지 생각했지만, 폭염은 생각보다 무서웠다. 사람도 힘들었지만, 그보다 더 속이 타는 건 작물들이었다. 상추는 이틀을 넘기지 못하고 잎 끝이 타들어가기 시작했고, 바질은 햇볕을 너무 받아 엽록소가 파괴되며 황색 반점이 생겨났다. 한 주만에 밭 전체가 시들고 휘어지고 말라버리는 걸 눈앞에서 지켜보는 건 참담했다. 그럼에도 물러설 수는 없었다. 더위는 어떻게든 견뎌야 했고, 작물도, 농부도 포기할 수 없었다. 새벽 4시에 눈을 .. 2025. 5. 14.
기후에 맞는 배추·무 재배 방법 배추와 무는 우리 밥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채소입니다. 김장철의 주인공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이 두 작물을 잘 키우기 위해서는 기후와 토양, 물 관리, 병해충 예방까지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참 많습니다. 오늘은 배추와 무 재배의 기초부터 병해충 관리까지 꼭 알아야 할 정보를 정리해 드리겠습니다.1. 배추와 무, 생육에 적합한 환경배추는 서늘한 기온을 좋아하는 ‘호냉성 채소’입니다. 잘 자라는 온도는 18~20도이며, 속이 꽉 차게 결구되기 위해서는 15~18도가 가장 좋습니다. 토양은 물 빠짐이 좋고, 뿌리가 깊게 자랄 수 있는 흙이 필요합니다. 토양 산도는 pH 6.0~6.5가 적당하며, 너무 산성이면 뿌리혹병이나 석회결핍증 같은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무는 배추보다 조금 더 따뜻한 온도를 좋아합니.. 2025. 5. 14.
새벽 5시, 농장에 피어오르는 물안개 속 풍경 오늘은 새벽 5시에 농장에 도착했다. 아직 어둠이 완전히 걷히지 않은 시각이었다. 새벽은 언제나 나를 경건하게 만든다. 세상이 아직 깨어나지 않았고, 오직 나와 작물들만 존재하는 고요한 공간 속에 서 있을 때, 마치 자연과 단둘이 만나는 기분이 든다. 트럭에서 내리자, 발밑에서부터 서서히 피어오르는 안개가 시야를 가득 메웠다. 물안개였다. 지열과 차가운 공기가 맞부딪히며 만들어낸 이른 아침의 선물 같은 풍경. 나는 그 자리에 멈춰 섰다. 농사꾼으로 산 지 꽤 되었지만, 이런 순간을 마주할 때마다 여전히 말문이 막힌다. 아무 말도 할 수 없고, 그저 숨을 깊이 들이쉬고 싶어진다. 이건 단순한 풍경이 아니다. 내가 짓는 농사의 또 다른 얼굴이다. 하우스로 향하는 발걸음이 천천히 느려졌다. 일부러 그랬다. 오.. 2025. 5. 13.